진상공화국
「월간 인테리어」 7월호
DESIGN & BOOK 서인원 에디터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에 미담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감과 만들어진 목적이 그럴듯해 보일지언정 그것은 하나의 단면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달의 뒤편처럼 분명히 존재하는 일각(一角)을 애써 외면하는 게 현실이다. 미디어가, 설계자가, 종국엔 소비자도 이 일련에 과정에 동참한다. 공간은 그렇게 포장되어 소비된다.
포장지를 벗겨보자. 공간은 사람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사람은 불완전하다. 하물며 공간은 사람에 의해 오염되기 십상이다. 그렇다. 평범한 공간이란 그런 것이다. 영원히 미완성이다. 그렇기에 항상 충돌의 지점이 있다. 갈등의 연속이다. 공간을 사용하는 구성원끼리 마찰을 빚을 때도 있고, 혹은 직원과 손님의 입장이 충돌할 때도 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진상'이 될 수 있는 법이다. 이를테면 이것은 내가 공간을 '점유'한다고 착각하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 착각은 하나의 배타적인 권력이 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바로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바쁜 삶에 치이다 보면 타인에 실수를 저지를 수 있고, 정신없이 지친 채로 살아가다 보면 여유를 잃어버리고 이기적으로 변하기 마련인 법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맥락을 단순히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요컨대 책의 목적은 비난이 아닌 공감이다.
하여, 반성문을 쓴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냈다는 저자는 자신 또한 낯 뜨거운 일을 수없이 저질렀다며 또다시 진상이 되지 않기를 서문에서 다짐한다. 진솔한 문장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스스로를 돌아보게끔 유도한다. 과연 나는 소소한 진상을 부린 적이 없었는지. 있었다면 자질구레해 보이는 언행들이 상대방에게 심각한 상처나 피해가 되지 않았는지 말이다.
단언하건대, 모두가 마주하기 힘든 기억이 있을 테다. 하지만 괜찮다. 완벽은 인문의 영역이 아니니까. 다만 부끄러운 회상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는 일은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고, 공간을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드는 출발점이기도 할 것이다.
Republic of the Rude
There cannot only be positive stories in any given ‘space.’ The reality is that we ignore such unfavorable stories, even though we know they exist. The media, the architects, and in the end the consumers of these ‘spaces’, all participate in this process of ignorance. As such, these ‘spaces’ are whitewashed and consumed in this manner. Different ‘spaces’ can easily become contaminated by people. People within that ‘space’ can come into conflict, or staff and customers can have differing opinions. We can all become ‘rude’ to another person because we mistakenly think that we occupy that ‘space.’
So why do these things happen? Because we are human. We are bound to make mistakes against one another, and it is easy to become selfish whilst living our busy day-to-day lives. However, this book does not simply reveal the context of these actions. The aim is not to blame nor to sympathize with anyone. The author, who states that they authored this book as a letter of apology, pledges in the prologue that they have also done shameful acts in the past and hopes to become less of a ‘rude’ individual. Have you ever acted out over something petty, and if so, have your words or actions severely hurt anyone before?
유명희 지음•13000원
토일렛프레스 펴냄